옳은 이야기 하나

20년도 탈 수 있을까

by 여행작가 류한경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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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차는 딸과 같은 나이, 열여섯 살이다. 오래되니 손볼 데도 많고 승차감도 꽝이다.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떠났던 여행비를 모으면 훨씬 편한 새 차를 살 수 있을텐데... 하는 생각도 가끔씩 한다.


물질 소비와 경험 소비 중 어떤 게 더 오래 행복할까? 결혼 후 10년 동안 썼던 작은 냉장고가 수리불가 상태가 되고 양문형 냉장고를 새로 샀을 때 정말 행복했다.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냉장고도 크게 느껴지지 않고, 큰 김치 냉장고까지 사고 싶어졌다. 이렇게 물질 소비의 행복감은 그리 길지 않고, 또 다른 소비 욕구로 이어진다. 옷을 한 가지 사게 되면 그 옷에 맞출 다른 옷도 사고 싶어지는 것처럼 말이다.


하지만 여행과 같은 경험 소비는 그 행복감이 아주 오래, 평생을 간다. 경험은 각자가 다르기에 차나 집, 옷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. 점점 만족감이 떨어지는 물질 소비와 달리, 경험과 추억은 시간이 갈수록 더 행복하게 되살아난다. 가족이 함께 했던 추억들이 우리에겐 가장 큰 재산으로, 아이들에게도 경험을 더 가치있게 생각하는 인생관을 물려주고 싶다. 물질보다 경험 소비가 훨씬 더 오래 행복하다는 걸 알기에, 16년 된 차 바꿀 생각은 안하고, 다음에 또 여행 떠날 궁리를 해본다. 그리고 아직까지 잘 달려주고 있는 낡은 차를 고마워하기로! 덜덜거리는 우리 차, 20년도 탈 수 있을까?


20년도 탈 수 있을까?

by 여행작가 류한경

2017.08.16